졸혼, 결혼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 중년 부부의 독립과 존중을 담은 새로운 관계 형태를 보여주는 대표 이미지

졸혼, 결혼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작성일: 2025년 11월 6일

1. 함께 살아도 외로운 시대, 졸혼이란 무엇인가

‘졸혼(卒婚)’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자 뜻 그대로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로, 법적 혼인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부부 관계를 뜻합니다.
즉, 이혼은 아니지만, 함께 살지 않거나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인생을 존중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50~60대 부부를 중심으로 이러한 형태의 삶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삶의 후반전을 더 평화롭고 자신답게 살아가기 위한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함께 살아도 외로운 시대, 졸혼이란 무엇인가
함께 살아도 외로운 시대

2. 왜 지금, 졸혼이 주목받는가

졸혼의 확산 배경에는 시대적 변화가 있습니다.
첫째, 평균수명 증가로 인해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과거에는 결혼 후 은퇴를 맞이하면 인생의 황혼이었지만, 이제는 그 이후 30년이 더 이어집니다. 그만큼 갈등이 누적될 가능성도 커졌죠.
둘째,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생계 유지를 위해 이혼을 피했지만, 이제는 독립된 경제 능력 덕분에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셋째, 이혼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여전합니다. 자녀나 가족, 사회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졸혼은 현실적인 대안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주의의 확산도 큰 요인입니다. 이제는 “함께 있어야만 행복하다”는 가치보다 “각자가 행복해야 함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왜 지금, 졸혼이 주목받는가
왜 지금, 졸혼이 주목받는가

3. 졸혼의 다양한 형태

졸혼은 부부마다 형태가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별거형 졸혼: 각자 다른 집에서 생활하며 필요할 때만 만나 교류하는 형태.
  • 시간 분리형 졸혼: 일정 기간은 함께, 일정 기간은 따로 보내는 방식으로, 휴식과 재충전을 동시에 얻습니다.
  • 경제 분리형 졸혼: 수입과 지출을 완전히 분리해, 서로의 경제 영역에 간섭하지 않는 형태입니다.

이러한 형태들은 ‘거리 두기’라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공간 만들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함께할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오히려 관계가 회복되는 부부들도 많습니다.

졸혼의 다양한 형태
졸혼의 다양한 형태

4. 졸혼의 장점 – 관계의 재정립

첫째, 갈등이 줄어듭니다.
함께 살며 반복되던 일상의 충돌이 사라지면 서로에 대한 불만이 완화됩니다.
둘째, 자기 자신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배우자’나 ‘부모’로만 살아왔다면, 이제는 ‘나’로 돌아가는 시간이 됩니다.
셋째, 관계의 질이 좋아집니다.
서로를 억지로 맞추지 않기에 존중이 회복되고, 연락 한 통에도 진심이 담깁니다.
넷째, 이혼의 사회적 부담이 없습니다.
법적으로는 부부이므로 자녀나 주변 시선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결국 졸혼은 “결별이 아니라 성숙한 거리두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있음’보다 ‘서로의 자유’를 택한 새로운 부부의 형태입니다.

졸혼의 장점 – 관계의 재정립
졸혼의 장점 – 관계의 재정립

5. 졸혼의 단점 – 관계의 위태로움

물론 모든 졸혼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법적 보호의 한계가 있습니다. 재산 분할이나 상속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후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정서적 단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함께한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감정의 끈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사회적 오해도 큽니다. 주변에서 이혼이나 불화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고, 특히 자녀 세대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넷째, 노후 외로움의 문제가 남습니다. 결국 나이 들어 서로 의지할 사람이 없어지는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습니다.

졸혼은 새로운 관계의 형태이지만, 준비 없는 졸혼은 오히려 또 다른 외로움을 낳을 수 있습니다.

졸혼의 단점 – 관계의 위태로움
졸혼의 단점 – 관계의 위태로움

6. 한국 사회 속 졸혼의 현실과 과제

한국에서는 아직 ‘졸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제도가 없습니다.
사실상 ‘합의된 별거’로 취급되며, 법적 효력은 이혼과 다릅니다.
따라서 졸혼을 결심한 부부라면, 재산·주거·건강·부양 의무에 대해 명확한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졸혼은 단순히 동거를 그만두는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정립하는 과정입니다.
가족 간의 대화, 자녀와의 관계 회복, 노후 계획 등 현실적인 조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졸혼’은 이혼의 대체제가 아니라, 인생 후반기의 또 다른 관계 모델로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한국 사회 속 졸혼의 현실과 과제
한국 사회 속 졸혼의 현실과 과제

7. 맺음말 – 결혼의 완성이 아닌, 성숙의 과정

졸혼은 결혼의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사람과 ‘이제는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자’고 합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숙한 결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혼의 본질은 ‘동거’가 아니라 ‘존중’이며,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반드시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결국 졸혼은 인생 후반의 두 번째 선택이자, 관계의 새로운 진화입니다.
서로를 놓아주되 완전히 잃지 않는,
그 미묘한 균형 속에서 진짜 ‘평화로운 노년’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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