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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회복을 위한 관계 설정 – 거리 두기가 죄책감이 아닌 이유

작성일: 2025년 6월 16일

감정노동자에게 있어 ‘거리 두기’는 무책임한 회피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중요한 선택입니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잠시 멈추는 일은 나를 지키는 실천이며, 더 이상 죄책감을 안고 버티는 방식으로는 회복에 이를 수 없습니다. 감정을 끊임없이 소진시키는 관계 속에서 무조건 참는 것은 결국 자신을 잃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이 글에서는 ‘거리 두기’라는 행위가 왜 감정 회복의 출발점이 되는지, 그리고 감정노동자가 감정을 지키며 관계를 다시 설정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관계에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깨달음

관계에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걸, 저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한동안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제 일은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었고, 감정은 도구처럼 쓰였습니다. 기분이 어떻든 늘 웃어야 했고, 이해해야 했고, 참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정성껏 돌보던 상대가 내 말투 하나에 상처를 받았다며 날 몰아세우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그날 이후였습니다. 내 안에서 “나도 지친다”는 말이 처음으로 흘러나왔습니다. 그 말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데 수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회복을 위한 실천으로 ‘관계 거리두기’를 선택했습니다. 감기 예방을 위해 사람 많은 곳을 피하듯, 내 감정을 해치고 무너뜨리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거리두기를 죄책감 없이 실천하는 법

거리 두기는 무관심이 아닙니다. 그것은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을 막아내는 자기보호의 방식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큰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닐까?”, “그래도 저 사람은 도움이 필요한데…”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감정노동자로 살아온 시간 동안, 타인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아프게 하는 관계는 나도, 그 사람도, 누구도 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감정이 텅 비어갈 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거리를 두지 않으면 내가 사라진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지키는 일은 누군가를 외면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살아 있게 하는 일이라는 걸. 지금의 나는 죄책감보다 생존에 더 가까운 이유로 거리를 둡니다.

관계의 중심에는 ‘나’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관계’라는 틀 속에 자신을 가두며 살아왔습니다. ‘좋은 사람’, ‘성실한 동료’, ‘친절한 활동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그것이 내 존재의 증거인 양 기대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감정노동자는 그 이전에 ‘사람’입니다. 지치면 쉬어야 하고, 상처받으면 회복해야 할 권리가 있는 존재입니다.
그동안 저는 관계를 위해 나를 포기해왔습니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웃어야 했고, 억울해도 말하지 못한 채 참아야 했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유지하기 위한 연기였다는 걸 회복의 길 위에서야 비로소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관계를 정리하고, 필요할 땐 멈추는 선택이 결국 더 건강한 감정노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회복은 단지 내 안에서만 일어나는 변화가 아닙니다. 진짜 회복은 내가 관계 맺는 방식까지 바꿔야 비로소 지속될 수 있습니다. 나를 지키는 관계,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 거리, 그 위에서만 회복은 자랍니다.

당신도 괜찮습니다, 거리를 둘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도 괜찮습니다. 거리를 둘 권리가 있습니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반복적으로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점점 작게 느끼게 한다면, 그 감정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고 있다고 느끼신다면,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이 관계는 나에게 어떤 감정을 주고 있는가?”
“이 거리는 나에게 안전한가?”
우리는 타인을 배려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정작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는 너무 인색합니다. 감정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을 후순위로 두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당신이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회복은 시작됩니다.
거리를 두는 일은 관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시작입니다. 불편한 사람과 멀어지는 선택이 당신을 이기적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당신이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죄책감 없이, 당신을 위한 선택을 해도 괜찮습니다. 거리를 둘 수 있는 당신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무너지기 전에 멈출 수 있는 용기

누군가와의 관계가 반복적으로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점점 작게 느끼게 한다면, 그 감정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고 있다고 느끼신다면,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이 관계는 나에게 어떤 감정을 주고 있는가?”
“이 거리는 나에게 안전한가?”
우리는 타인을 배려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정작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는 너무 인색합니다. 감정노동자의 일상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을 후순위로 두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당신이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회복은 시작됩니다.

거리를 둔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관계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자신을 해치는 일까지 감수합니다. 하지만 회복은 반드시 멀어지는 선택을 포함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말과 시선을 감내하는 것이 착함이 아닙니다. 거리를 두는 건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그건 충분히 용기 있는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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