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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이후 다시 마주한 감정노동 – 나는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작성일: 2025년 8월 9일

1. 다시 출근하는 날의 복잡한 심정

오랜 쉼 끝에 다시 출근하는 첫날, 지하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이번엔 다를 거야.’ 그렇게 다짐하며 새로운 직장 문을 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경계심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직장에서 번아웃을 겪고 퇴사한 기억이 쉽게 잊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감정노동이 나를 얼마나 소진시킬 수 있는지, 그 무게를 뼈저리게 느껴봤기에 이번에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는 과정 속에서 또다시 감정을 소모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2. 첫 한 달, 낯설지만 익숙한 긴장감

새 직장은 규모도 작고 팀원 수도 적었습니다. 이전 직장보다 업무 강도는 덜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고객을 맞이할 때 미소를 짓고, 팀원들의 기분을 살피고, 상사의 의중을 파악하는 일들은 여전히 제 하루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처음 한 달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모든 상황에 신중히 반응하려다 보니 하루가 끝나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지쳤습니다. 이전보다 체력은 나아졌지만, 감정은 여전히 쉽게 소모됐습니다. ‘감정노동은 환경보다도 나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3. 번아웃의 그림자가 다시 다가올 때

두 번째 달이 되자 업무에도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감정노동의 그림자도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고객의 무례한 말투나 동료 간의 갈등 상황이 예전보다 덜 아프게 느껴졌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피로감이 쌓이고 있었습니다. 이전처럼 눈물이 날 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퇴근 후 소파에 눕자마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날이 늘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번아웃의 초입에 다시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를 알아챘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사소한 피로였지만, 이제는 경고등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의식적으로 퇴근 후의 시간을 ‘감정 회복의 시간’으로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4. 나만의 회복 루틴 만들기

퇴근 후, 예전에는 스마트폰을 붙잡고 다른 사람들의 소식을 기계적으로 스크롤했지만, 이제는 그 시간을 온전히 제 자신에게 씁니다.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 때리기’ 시간을 허락하기도 했습니다. 감정노동에서 벗어나려면,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일상 속에서 내 감정을 회복시키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 루틴은 처음에는 의무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제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덕분에 업무 만족도도 서서히 올라갔습니다.

5. 감정을 지키는 경계선

이전에는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 감정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경계선을 세우고 있습니다. 무례한 언행에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선을 긋고, 과도한 업무 요청에는 이유를 설명하며 조율하려 합니다. 물론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경계선을 지키기 시작하자, 예상 외로 상대방도 그 선을 존중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감정노동은 전적으로 외부 환경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태도로 나를 지키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번아웃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6. 여전히 싸우고, 여전히 버티고 있는 나

회복 이후의 삶이 마냥 평탄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감정노동은 여전히 제 일상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달라진 건, 그 안에서 무너지는 대신 버티고, 때로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제 제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피로가 쌓이면 과감히 휴가를 내고, 감정이 무뎌질 때는 의도적으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찾아 나섭니다. 앞으로도 감정노동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저는 더 이상 그 무게에 짓눌려 무너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부디 자신만의 회복 루틴과 경계선을 찾길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직장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