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증언록] 4화 실적과 생명 – 거래가 된 인간을 표현한 대표 이미지

작성일: 2025년 10월 25일

‘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그것도 죄일까?’
김민준은 이제 더 이상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단 하나, 실적표였다.
이곳에서 숫자는 생명을 의미했고, 실패는 죽음을 의미했다.
〈캄보디아 증언록〉 4화는 도덕이 통제되고 생존이 거래되는 지옥의 경제학을 기록한다.
인간이 인간을 계산하는 시스템, 그것이 이 감금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 목차

  1. 점수표로 살아남는 법
  2. ‘성과’가 된 인간의 가치
  3. 굶주림의 협상
  4. 동료의 몰락, 그리고 죄의식
  5. 숫자보다 인간으로 살기 위한 결심

1. 점수표로 살아남는 법

아침 점호가 끝나면 벽에 붙은 실적표가 갱신된다.
민준은 ‘20번’이라는 숫자 옆에 적힌 15개의 체크를 본다.
“오늘도 살아남았다.”
여기서 생존은 단순했다.
하루에 10통 이상 성공해야 밥을 먹는다.
9통은 굶주림, 8통은 폭력, 7통은 사라짐이었다.

감시자는 표를 보며 말했다.
“20번, 잘하고 있네.
오늘도 기대하지?”
그 말은 칭찬이 아니라 경고였다.
민준은 알았다.
이곳에서 인간의 가치는 실적표 위에서만 존재한다.

점수표로 살아남는 법
점수표로 살아남는 법

2. ‘성과’가 된 인간의 가치

보이스피싱 스크립트는 완벽했다.
‘금융감독원입니다’, ‘계좌 보호를 위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
그는 이제 목소리 하나로 사람을 속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손이 떨렸지만, 어느 순간부터 목소리는 안정됐다.

“저는 고객님을 돕기 위해 전화드렸습니다.”
그 말은 구원의 문장 같았지만, 실제로는 파멸의 시작이었다.
그날 민준은 노인의 계좌에서 300만 원을 빼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는 처음으로 ‘포만감’ 대신 ‘죄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죄책감은 사치였다.
내일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늘의 죄를 잊어야 했다.

‘성과’가 된 인간의 가치
‘성과’가 된 인간의 가치

3. 굶주림의 협상

실패한 자는 벌을 받았다.
14번이 그날 ‘7통’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끌려갔고, 다음날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번호는 실적판에서 지워졌다.
그리고 새로운 신입이 ‘14번’을 대신했다.

민준은 깨달았다.
이곳에서 인간은 교체 가능한 부품이었다.
누군가 죽으면, 누군가 그 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를 의심했다.
“오늘은 너 차례야.”
누군가의 낮은 목소리가 밤마다 들렸다.

굶주림의 협상
굶주림의 협상

4. 동료의 몰락, 그리고 죄의식

박성호가 울고 있었다.
그의 실적은 8통이었다.
“형, 나 오늘 못 채웠어.”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금 전, 자신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성호는 굶주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밤, 경비원들이 성호를 끌고 갔다.
민준은 문틈으로 그 장면을 봤다.
“이건 네 책임이야.”
그 말이 귓가를 때렸다.
그는 손을 떨며 밥그릇을 밀어냈다.
‘나 혼자 살아남은 게 죄가 되는 순간이었다.’

동료의 몰락, 그리고 죄의식
동료의 몰락, 그리고 죄의식

5. 숫자보다 인간으로 살기 위한 결심

며칠 뒤, 민준은 다시 불빛을 봤다.
세 번, 다섯 번, 열 번.
그것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포기하지 마.’
그 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민준은 조용히 속삭였다.
“살아남겠다. 하지만, 인간으로.”
그날부터 그는 실적을 올리되,
가능한 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사람을 속이지 않고도 ‘실적’을 채우는 방법,
그것은 절망 속에서 인간이 남긴 마지막 저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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