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년 10월 26일
공항의 문이 열리자, 눈이 시렸다.
햇살은 뜨거웠지만, 그에게는 낯선 빛이었다.
김민준은 돌아왔다.
그러나 이곳은 그가 떠났던 세상과 달랐다.
〈캄보디아 증언록〉 8화는 살아남은 자의 현실,
그리고 ‘이름’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담는다.
자유는 얻었지만, 인간의 존엄은 여전히 되찾아야 할 과제였다.
목차
- 귀환
- 잊힌 사람들
- 인터뷰
- 사회의 벽
- 다시, 이름으로
1. 귀환
2024년 3월, 김민준은 태국을 거쳐 귀국했다.
공항의 플래시 세례가 그를 맞았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출 작전의 생존자!”
기자들의 카메라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미소를 짓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숲속의 총성과
박성호의 마지막 숨소리가 남아 있었다.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다.”

2. 잊힌 사람들
며칠 후, 민준은 언론 인터뷰를 요청받았다.
“지옥에서 어떻게 탈출했습니까?”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곳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편집된 방송에서는 그 문장이 잘려나갔다.
뉴스는 자극적인 ‘탈출 성공 스토리’만 남겼다.
14번, 7번, 그리고 박성호의 이름은 사라졌다.
민준은 TV 화면을 껐다.
“세상은 살아남은 자만 기억한다.”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3. 인터뷰
국제인권단체의 조사관이 찾아왔다.
“당신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낡은 십자가를 올려놓았다.
“이건 친구가 남긴 겁니다.
그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건, 인간의 존엄이었어요.”
그날 녹취된 인터뷰는
이후 여러 국가 인권보고서에 기록되었다.
“김민준(가명), 감금소 생존자.”
그의 이름 옆에는 이제 ‘숫자’가 아닌
‘사람’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4. 사회의 벽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그는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인터뷰 후 “보이스피싱 연루자”라는 오해가 따라붙었다.
“당신, 그 조직에 있었죠?”
그는 억울했지만, 설명할 길이 없었다.
밤마다 그는 박성호의 얼굴을 떠올렸다.
“형, 세상이 이렇게 무관심할 줄 알았어요?”
민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자유는 얻었지만, 사회는 여전히 그를 가두고 있었다.

5. 다시, 이름으로
그날 밤, 민준은 일기를 썼다.
“이제 나는 숫자가 아니다.”
그는 박성호의 십자가를 손에 쥐고
조용히 기도했다.
그는 약속했다.
“내가 다시 그곳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그곳의 이야기는 절대 잊지 않겠다.”
불빛이 창문 사이로 비쳤다.
그것은 과거의 신호 같았다.
세 번, 다섯 번, 열 번.
희망은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캄보디아 증언록] 8화 귀환 – 이름을 되찾다를 표현한 대표 이미지](https://maiisa100.com/wp-content/uploads/2025/10/8.-귀환-–-이름을-되찾다0-1-1024x57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