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년 10월 25일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팔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미 너무 많은 걸 팔았다.”
김민준은 점점 더 깊은 절망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돈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 신뢰, 도덕이 거래되었다.
〈캄보디아 증언록〉 5화는 생존을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누군가는 정보를, 누군가는 동료를, 그리고 누군가는 ‘양심’을 팔았다.
목차
- 새로운 규칙, 거래의 시작
- 감시자와의 협상
- 동료를 팔면 살아남는가
- 벽 너머의 속삭임
- 무너진 인간, 깨어나는 양심
1. 새로운 규칙, 거래의 시작
새벽 점호 후, ‘거래제’가 시행되었다.
이제부터는 실적이 부족하면 동료의 정보를 바치면 된다는 규칙이었다.
감시자는 냉정히 말했다.
“누가 누구를 팔든 상관없다. 살아남으면 그게 정답이다.”
그날부터 사람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같은 방에 있던 동료가,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감시자가 되었다.
김민준은 벽에 새겨진 글귀를 보았다.
‘여기서 믿음은 죄다.’
그 문장은 현실이었다.

2. 감시자와의 협상
감시자 중에는 유난히 침묵이 긴 남자가 있었다.
그는 ‘지도원’이라 불렸고, 사람들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
민준은 그에게 불려갔다.
“20번, 넌 목소리가 좋아. 나한테 정보를 하나 넘겨.”
“대신 뭘 주시겠습니까?”
“밥, 그리고 내일의 생존.”
민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자신이 본 불빛, 오창수 목사의 존재를 떠올렸다.
만약 그 사실을 말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을 팔아넘기는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가진 건 없습니다.”
그 한마디로 민준은 주먹을 맞았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3. 동료를 팔면 살아남는가
그날 밤, 11번이 끌려갔다.
누군가 그를 팔았다.
다음날 아침, 11번의 자리에 새 얼굴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벽에는 하얀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신고 포상: 식사 + 물 1병’
그제야 민준은 깨달았다.
이제 인간의 생존이 인간의 배신으로 유지되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14번이 다가와 속삭였다.
“형, 나 7번 얘기 좀 할게. 대신 나 좀 살려줘.”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이제 누가 죄인인지 모르겠다.”

4. 벽 너머의 속삭임
그날 새벽, 불빛이 다시 깜빡였다.
세 번, 멈추고, 다섯 번.
민준은 미약한 희망을 붙잡고 창문 틈에 귀를 댔다.
“…내일…움직인다…”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오창수 목사가 보낸 신호였다.
누군가 탈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민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곳에도 아직 사람다운 사람이 남아 있다.”

5. 무너진 인간, 깨어나는 양심
다음날, 7번이 사라졌다.
대신 14번이 살아남았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누가 누구를 팔았는지,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침묵은 가장 안전한 언어였다.
그날 밤, 민준은 벽에 작은 글씨를 새겼다.
‘나는 아직 인간이다.’
그리고 불빛이 다시 깜빡였다.
그 순간 그는 느꼈다.
희망은 거래되지 않는다.
그는 벽 너머의 세상을 향해 속삭였다.
“곧 나가겠다.”


![[캄보디아 증언록] 5화 거래 – 생존의 조건을 표현한 대표 이미지](https://maiisa100.com/wp-content/uploads/2025/10/5화.-거래-–-생존의-조건4-1-1024x57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