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년 7월 15일
감정노동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이 나아질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회복 이후에도 남은 감정의 여운과 관계의 흔들림은 또 다른 싸움이었습니다. 이 글은 감정노동 이후의 삶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또 다른 회복의 과정을 진솔하게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1】이직이 끝이 아니었다 – 진짜 회복은 그 후에 시작됐다
감정노동에서 벗어나면 마치 모든 고통이 끝날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마음 한편으론 “이젠 괜찮겠지”라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몸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지난날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툭 하면 떠오르는 말 한마디, 그때의 억울했던 감정들, 도무지 내려놓지 못한 기억들이 일처럼 따라왔습니다. 감정노동의 자리에서 빠져나왔지만, 감정노동의 흔적은 여전히 제 안에 깊이 박혀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지 일이 아닌, 오래도록 굳어진 ‘반응 습관’이었습니다. 회복은 이직이나 물리적 탈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진짜 회복은, 그 이후의 나를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회복한 줄 알았던 나, 다시 흔들리다
새로운 직장에서 조금 익숙해졌다고 느낄 즈음, 저는 또다시 한 번 무너졌습니다. 사소한 실수에도 스스로를 자책했고, 누군가가 나를 오해하면 예전보다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나는 왜 여전히 이렇게 불안정한 걸까 자문하게 됐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는 회복된 게 아니라 ‘버틴 상태’였다는 것을요. 감정노동으로부터 벗어났다고 해서 자동으로 상처가 사라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관계에서 위축되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내 마음을 돌보지 못하는 습관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진짜 회복은 내가 얼마나 감정에 솔직해졌는가, 얼마나 내 마음을 지켜내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회복은 도착지가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이었습니다.
【3】회복 이후에도 남는 감정의 파편들
감정노동을 떠난 이후에도 제 안에는 여전히 작은 감정의 파편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말투에 괜히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거절을 해놓고도 죄책감을 느끼거나, 불필요한 상황에도 “괜찮아요”를 먼저 말하는 습관들. 모두 감정노동 시절에 익혀버린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이 생존 방식은 지금의 내 삶과 맞지 않는데도, 자동으로 튀어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복 이후에도 여전히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그 감정을 내가 먼저 인지하고 표현하는 연습이요. 회복은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계속해서 내 감정을 조율하고, 내 경계를 다듬어가는 동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감정노동 이후의 삶도 여전히 감정노동자였던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기에, 새로운 언어와 태도를 배워야 했습니다.
【4】비로소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다시 배우다
이제는 누구의 기대보다도, 내 감정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좋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나’를 선택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전히 눈치를 보게 되었고, 여전히 죄책감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정말 서서히 ‘나답게 살아가는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은 나를 타인의 반응에 맞추는 삶이었다면, 회복 이후의 삶은 내 감정에 귀 기울이는 연습의 연속입니다. 지금의 저는 관계에서도 더 단단해졌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거절을 망설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건 무례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회복은 나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고, 감정노동자의 삶에서 벗어난 지금, 저는 제 삶의 방향타를 제 손에 쥐기 시작했습니다.
【5】감정노동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감정노동은 제 삶에 오래도록 남을 겁니다. 잊혀지기보다는, 저의 일부로 남아 저를 구성하는 기억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저를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저를 성장시키는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감정노동자의 습관이 다시 튀어나오기도 하고, 울컥하는 순간이 불쑥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제는 저를 더 이상 책망하지 않습니다. 그 감정은 살아온 시간을 증명하는 것이고, 회복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감정노동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그 삶 안에서 저는 더 단단한 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감정노동 이후의 삶에서 자신만의 회복을 만들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감정의 흔적을 껴안고 살아가는 그 용기 자체가, 회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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