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5년 7월 15일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지치지 않기 위해, 나는 일상 속에서 감정을 돌보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야 했습니다. 이 글은 감정노동 회복을 ‘지속’해나가기 위해 내가 선택한 자기돌봄의 실천을 담고 있습니다.1. 회복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건 ‘습관’이었다
처음 회복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품었을 때, 나는 그것이 어떤 완성된 상태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충분히 울고, 충분히 쉬고, 어느 날 ‘이제 괜찮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회복은 상태가 아니라 방향이고,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감정노동으로부터 회복한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다시는 예전처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시 피로가 축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는 작지만 반복적인 자기돌봄 루틴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 루틴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작은 질문, 하루를 돌아보는 아주 짧은 시간, 내 마음에 말을 거는 조용한 연습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회복은 멀리 있는 어떤 목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으려는 일상 속 선택이었습니다.
2. 작고 반복적인 실천들이 내 감정을 단단하게 했다
나는 감정이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라고 자책한 적이 많았습니다. 작은 말에 상처받고, 사소한 오해에도 마음이 복잡해지는 나를 보며, 왜 나는 이렇게 유난할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감정이 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돌보는 습관이 없었던 것뿐이었다고요. 그래서 회복을 지속하기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전략은 ‘작은 실천’을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에 단 5분이라도 나의 감정을 인식하는 시간, 짧은 메모 한 줄이라도 남기는 행위, 어떤 날은 마음이 무겁다고 적어보는 것. 그런 작은 동작들이 내 감정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처음엔 억지로 하는 느낌이었지만, 반복되자 내 감정이 조금씩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감정은 무거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들여다볼수록 부드럽고, 연결될수록 덜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그걸 알게 된 건, 매일 이어지는 작은 자기돌봄의 실천 덕분이었습니다.
3.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나를 지켜주었다
예전의 나는 하루를 끝낼 때 마음을 정리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냥 지친 채 눕고, 그냥 무기력한 채 다음 날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은 처리되지 않은 채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폭발하거나 내 몸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특별한 형식은 없었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 어떤 순간에 내가 움츠러들었는지, 어떤 말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그런 장면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이 시간이 나를 바꿨습니다. 하루의 감정을 미뤄두지 않고 정리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힘이었습니다. 마치 정신의 먼지를 털어내는 것처럼, 가볍게 정리된 감정은 다음 날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맞이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회복은 하루를 되돌아보는 그 시간 안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겁니다.
4. 감정을 적는다는 것 – 감정일기와 마음의 근육
처음 감정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쑥스럽고 어색했습니다. “오늘은 서운했다”, “그 말이 아팠다” 같은 문장을 나 스스로에게 적는 일이 왜 이렇게 낯선지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그 어색함을 견디고 계속 써보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졌습니다. 단어로 꺼내 놓은 감정은 더 이상 나를 위협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리된 문장 속에서 내가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정일기는 나의 정서적 근육을 키워주는 도구였습니다.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게 해주었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감정을 놓치지 않게 도와주었습니다. 특히 힘들었던 날에는 그날의 감정을 써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고임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복은 말할 수 있는 감정을 만드는 일이고, 감정을 적는다는 건 그 말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매일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감정이 흔들릴 때마다 나에게 돌아가는 길이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회복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5. 회복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지켜낸 일상의 흔적이다
이제 나는 회복을 거창한 변화나 계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회복은 아주 작은 실천들이 반복되어 만들어낸 ‘일상의 흔적’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나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어떤 날은 감정을 놓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나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번 다시 돌아오려고 합니다. 감정을 놓친 나를 탓하지 않고, 그런 나를 다시 데려와 다독이는 연습을 합니다. 내가 나에게 말을 걸고, 기록하고, 돌아보는 이 과정들이 모여 어느새 회복의 힘이 되었다는 걸 느낍니다. 감정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반복되고, 나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받기도 하지만, 더 이상 무력하게 주저앉지만은 않습니다. 내가 나를 돌보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회복은 결국 나를 살리는 방향을 선택하는 일, 그리고 그 방향으로 하루하루 다시 걷는 일입니다. 나는 오늘도 그 길을,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걷고 있습니다.
📌 감정노동 칼럼 시리즈 전체 글이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 감정노동 칼럼 시리즈 모아보기



